고택소개

계암고택에서 하루

  • 1과거와 현재가 머무는 공간
    계암고택(溪岩古宅)(김기현가옥(金基顯家屋)) 

한옥을 이야기할 때 많은 이들이 지조 있다는 말을 한다. 대대로 이어지는 가풍과 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집안 어디에 서서 봐도 그대로 전달되기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는 이런 고집을 꼬장꼬장함이라 말할 수도 있겠으나, 이곳에 가면 생각이 달라진다. 한옥의 전통미에 현대의 편리함을 더한 한옥, 계암고택을 찾아갔다. 

  • 1500년 이상의 세월에 세련됨을 더하다

19세기에 지은 오래된 사대부 가옥 내부에 현대식 설비를 갖춰 편리함을 더했다. 경주 김씨(慶州金氏) 가문이 대대로 600년 이상을 살아왔다는 이 터전에서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다름 아닌 ‘비옥한 땅’ 서해안 중심에 자리한 계암고택의 이야기이다. 노부부가 살기에는 너무 넓은 공간이기도 했고, 민속문화재라는 고택의 의미가 거창해 보인다는 이유로 2010년부터 일반 사람들도 수시로 찾아올 수 있는 장소로 개방했다. 
사랑방, 별채, 행랑채, 아랫방에 머무를 손님에게 불편함이 없도록 신경쓰느라 하루 24시간이 바쁜 주인 내외의 마음 씀씀이는 집안 곳곳에서 묻어난다. 한옥을 불편하다 생각하는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없애기 위해 현대식 화장실, 세면대, 부엌, 에어컨 등을 마련하되, 미적인 아름다움을 해치지 않도록 고가구를 함께 배치하여 조화를 이루도록 신경 썼다. 그럼에도 불협화음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고택의 공간들이 신기할 따름이다. 가옥의 가장 우선시되는 가치는 청결함이다. 이불도 1급 호텔 침구 못지않은 포근함을 자랑한다. 고려 시대 와당부터 조선 시대의 것까지 수집해서, 작지만 알찬 와당 박물관도 꾸며 놓았다. 특히 이곳에서 즐기는 ‘와당 탁본 찍기 체험’은 외국 관광객이나 학생들에게 인기가 좋다. 

  • 1오가는 사람들의 마음이 한데 모이다

안주인의 솜씨와 정갈함이 엿보이는 공간은 하나같이 멋스러운 풍경을 자아낸다. 행랑채 안쪽을 차지하고 있는 펌프가 달린 아담한 옛 우물, 깨끗이 닦은 가마솥이 들어가 있는 너른 부뚜막, 햇빛을 받을 때마다 뽀얀 빛을 내뿜는 뒤뜰의 장독대. 그중 옛 부엌은 현대식 주방과 조화를 이루어 오시는 분들이 차를 마시고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둔갑했다. 
고택에 들르는 손님들과 차나 술을 마시며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재미는 주인 내외에게 그 자체로 활력이 된다. 고택에 머무르고 돌아가는 손님들이 불편함 없이 지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정말 좋은 집이라고 이야기해주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단다. 주인 내외에게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외국인들이 고택에 와서 자고 갔으면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유럽 못지않은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서다. 

  • 1품위 있는 모란을 닮은 집, 계암고택

소복이 쌓인 눈으로 더 하얘 보이는 한옥 지붕의 겨울부터 꽃이 만발하는 뒤뜰의 봄, 걸터앉아만 있어도 선선한 바람을 맞이할 수 있는 대청마루에서의 여름, 불긋한 단풍이 고즈넉함을 안고 오는 마당의 가을. 계암고택을 보고 있으면 모란꽃의 꽃말 ‘은혜와 존경’이 떠오른다. 앞으로도 위엄 있는 모습으로 중요한 것은 지키고, 필요한 것은 조금씩 취하며 지조 있는 한옥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하게 된다.